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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2. 07) 

 

 

 

  ―影山 飛雄

  아, 잠에서 너무 일찍 깨버렸다. 커튼으로 가려져 잘 보이진 않지만 창가엔 아직까진 옅은 푸른 빛 밖엔 비춰지지 않았다. 아직 해도 덜 뜬 시간이건만 오늘따라 왜이리 눈이 일찍 떠진 건지, 일찍 일어난 김에 몸부터 깨끗히 씻을까 싶어 몸을 일으키려 하자 허리께에 감겨오는 손길이 느껴진다. 오이카와 씨였다. 무슨 꿈을 꾸는 것인지 입맛을 다시며 잠꼬대를 하는 것을 보아 잠을 자고 있음에도 본능적으로 허리를 감싼 모양이었다. 그 손길을 떼내려 해 봤지만 혹시라도 곤히 자고 있는 것을 깨울까 함부로 움직이진 못 했다. 결국 팔을 떼어내지 못 하고 불편한 자세가 되어버려 그럴 바엔 다시 눕는게 낫겠다 싶어 몸을 뉘이자 내가 눕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 마냥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오는 오이카와 씨 때문에 어쩌다보니 오이카와 씨 품에 꽉 묻혀버린 꼴이 돼 버렸다.


  “오이카와 씨 깨 있어요?”


  움직이는 모양새가 마치 깨어 있는데 자는 척을 하는 것만 같아서 확인을 하려 손을 올려 휙휙 안면에 대고 흔들어 보기도 하며 나름 큰 목소리로 오이카와 씨를 불렀지만 오이카와 씨는 반응이 없었다. 그렇다면 자고 있다는 소린데…. 그것이 확실하게 밝혀지자 새삼 오이카와 씨가 정말 본능적인 사람이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면 그냥 잠버릇이 옆에 누군가를 끼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던가, 뭐 그런건가. 아무튼간에 오이카와 씨답게 잠버릇 같은 것도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기도 몇 분, 잠은 오지 않고 몸은 꽉 잡혀 있던 상태였던 지라 눈알만 굴리다 나도 모르는 새 오이카와 씨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속눈썹 참 길다…. 여자들이 화장을 한 것 마냥 기다란 속눈썹이 예쁘게 자리잡혀 있었다. 그리고 이건 자세히 보지 않고도 항상 생각했던 것이지만 오이카와 씨의 콧대며 입술이며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그게 또 새로워서 어느샌가 내 손이 오이카와 씨의 얼굴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시작은 한 쪽 뺨을 콕콕 찔러보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말랑하고 폭신한 느낌이 들어서 마치 어린 아이의 볼살을 누르는 것만 같았다. 그냥 볼 땐 몰랐는데 오이카와 씨 은근히 볼살이 많구나… 아니면 젖살이 덜 빠진 건가? 아냐, 그럴 리는 없을 텐데. 볼살 한 번 만지작 거렸는데 머릿속엔 여러가지 생각들이 줄줄이 새어나와선 이상한 곳에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음으론 오똑한 코 끝 아래 자리 잡힌 입술이 눈에 띄어서 엄지 손가락으로 윗입술을 꾹 누르자 도톰한 입술이 눌려져선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말랑해…. 부드럽다. 흔히들 여성들이 쓰는 립스틱 같은 걸 바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옅은 붉은색인 선배의 입술이 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참 예뻤다. 이것도 두꺼운 콩깍지 중 한 겹일려나. 저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아선 한없이 달려든단 말이지…. 그런 생각까지 들자마자 괜스레 혼자 민망해지고 말았다. 것보다도 이렇게 만지작 거리는데 계속 자는 선배도 대단하다. 그런 선배를 바라보다 다시금 몰려오는 듯한 졸음에 그냥 이대로 나도 다시 자버릴까. 생각했다.


  “아 놀래라! 오, 오이카와 씨? 일어나 계셨어요?”

  “토비오쨩이 하도 오이카와 씨의 얼굴을 만져대서 말이야.”

  “그… 그건.”


  그리고 그건 생각만으로 끝나고 말았다. 오이카와 씨의 입술을 만지고 있던 손가락을 막 떼려던 차, 손가락 끝을 촉촉하게 감싸오는 무언가에 움찔하며 오이카와 씨가 깼다는 것을 알아챘다. 동시에 손가락 끝을 감싼 무언가가 오이카와 씨의 입술과 혀라는 것도 알아챘다. 손가락을 빼내려 하자 일부러 더 혀를 내어 빨며 손가락을 놓아주지 않는 탓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조금씩 오이카와 씨의 품에서 빠져나가자 이제는 손목까지 잡아채는 오이카와 씨였다. 아, 젠장. 말려들었다.


  “뭐 하시는 거예요 아침부터…”

  “그러게 누가 아침부터 자는 사람 건드리래?”

  “그건 그냥 어쩌다보니…”

  “그래?”


  오이카와 씨의 얼굴을 바라보니 내 말 같은 건 전혀 듣고 있지 않는 얼굴이었다. 어느새 이불 반 정도를 걷어내고서 상체만 일으켜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오이카와 씨에 잘 못 건드렸구나 싶었다.


  “오이카와 씨 오늘 수업 있다고 하셨잖아요.”

  “아직 새벽이야 토비오쨩.”

  “피곤하지 않으세요 수업 전까지 조금 더 주무시는게…”

  “누구 덕분에 잠이 다 깨버려서.”

  “……”

  “그러고보니 토비오쨩 뭐 잊어 먹은 거 없어?”


  말 하는 거 하나하나에 절대 지지 않고 대답하는 오이카와 씨가 얄미워서 가만히 노려보고만 있자 빙그레 웃으면서 자신의 입술을 톡톡 건드린다. 뽀뽀…인 건가. 알면서도 왜인지 지금 상황에서 하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가만히 있자 기다리는 것도 채 싫었던 모양인지 먼저 입맞춤을 해 오는 오이카와 씨였다.


  “자 얼른 토비오쨩도, 응?”

 

  대놓고 입술을 톡 내미는 통에 결국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뽀뽀를 해 주자 그제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오이카와 씨는 웃어보였다. ‘어라? 토비오쨩 얼굴이 새빨게~’ 그러다가도 그새를 못 참고 좋다고 나를 놀려 먹었다.


  “근데 토비오쨩, 나 아직 부족해.”

  “예? 뭐가요.”

  “그니까 좀 더 필요해.”


  그러니까 도대체 뭐…….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오이카와 씨의 입술로 인해 말 끝이 흐려졌다. 더 정확히는 말이 먹혔다고 하는게 더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순식간에 덮쳐와선 입술 사이를 가르고 들어오는 살덩이에 그대로 휩쓸리고 말았다. 제일 먼저 혀를 옭아매더니 입천장을 쓸고선 입 안에 안 쪽 여린살까지도 거칠게 쓸고 지나갔다. 그러다가도 혀 정중앙을 꾹꾹 누르며 쪽쪽거리는 야설적인 소리와 함께 혀 끝을 빨아대는 느낌에 조금씩 숨이 차올랐다. 아무리 여러 번 키스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쩐지 점점 늘어만 가는 듯한 오이카와 씨의 움직임에 키스를 하는 중간 중간, 흥분을 하지 않으려 애쓰느라 혼났다. 손에 꽉 잡혀 있던 오이카와 씨의 티셔츠를 잡아 당기며 간신히 떼어내자 의외로 쉽게 떨어지는 오이카와 씨의 가쁘게 숨소리를 내뱉으며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토비오쨩 야해~”

  “…진짜 완전 막무가내.”


  입술을 비죽 내밀고 가만히 노려보지만 오이카와 씨 특유의 그 헤실거리는 웃는 모습 때문에 오늘도 져버리고 말았다. 정말 이 사람은 내 약점이 자기라는 걸 너무 잘 알아서 탈이야. 그런 이유 때문에 자기가 불리할 때면 종종 이용해 먹곤 해서 내가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아지지만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콩깍지라 여기곤 항상 넘어 간다. 그리고 배운 오늘의 교훈이 있다.


  잠 자는 오이카와 씨는 건드리지 말자.







- 그냥 아침부터 오이카게가 보고싶길래 가볍게 써 버렸습니다.

-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오이카게의 아침은 귀엽고 사랑스럽고 가끔 야하고 그냥 너희가 다 해 먹어...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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