影右

[마츠카게] 까마귀 한 마리 주면 안 잡아 먹지

느매느매 2017. 7. 24. 20:20

 

카게른 전력 60분 '룸메이트'

(16. 09. 25)

 

 

마츠카와 잇세이X카게야마 토비오

 


 ―影山 飛雄

  혼자 살기엔 집이 넓기도 하고, 이 넓은 곳에 집세며 뭐며 감당하기가 벅차기도 해서 어떻게하면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하여 방을 구하는 사이트에 올렸던 글에 사람들은 몇 명 몰려들었었다. 하지만 왔던 룸메이트들 마다 항상 이상한 사람들거나 약속했던 집세를 제 때 안 낸다거나 하던 사람들이어서 짧으면 며칠, 길면 두어달을 같이 살고는 금방 나가버렸다. 역시 룸메이트 같은 건 같이 사는 거니까 이런 건 신중해야 했던 걸까. 결국 차라리 이사를 가는게 낫겠다고 판단을 내리곤 사이트에 올렸던 글을 내리려던 참이었는데.

  지이잉.

  한 통에 전화가 왔다.

 


  *

 


  ‘룸메이트 구했나요?’

  꽤 오래전에 올렸던 글이라 설마 전화가 올 거라는 건 예상치 못 해서 막상 전화를 받고나니 이걸 어떻게 말해야할지 몰라서 말문이 턱 막혔었다. 차마 구하지 않은 걸 구했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연락 온 사람한테 이제 안 구하기로 했다고 말하기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버려서 결국 주소를 알려주곤 내일 한 번 와 보라고 얘기를 해버렸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뒤에야 또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지, 하며 후회가 밀려왔다.

  “올 때가 됐는데…”

  아무튼간에 그 한 통에 전화로 인해 어젯 밤부터 급하게 집 안을 정리하고 내일 뭘 입고 있지 하며 옷까지 정해놓곤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남자친구 마냥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건만 오기로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영 오질 않는다.

  띵동―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타이밍 좋게 벨이 울렸다. 소파에 앉아있던 몸을 급하게 일으키곤 현관문 앞에 섰다. 잠시만요, 하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음에 준비를 하고 그제서야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 어…”

  “예 안녕… 어라?”

  이 사람은…….

 


  [룸메이트 카게야마 토비오]


  ―松川一静

  최근 들어 땅 값이 비싸져도 너무 비싸져서 집 값은 끝없이 올라갔고 마땅히 살 수 있는 집이 없어서 진짜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으로 들어갔던 사이트에서 꽤 오래전에 올라왔었던 글 하나를 발견해서 여러 사항들을 살펴보곤 연락을 했던 것이였는데 운 좋게도 아직 룸메이트를 구하지 않은 집 주인 덕에 바로 집을 보러 올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집 주인이…

  “…오이카와 후배?”

  라니…. 무슨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싶었다. 이건 역시 나만의 생각이 아니였던 건지 내 눈 앞에 서 있는 오이카와의 후배도 어버버 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아. 우선 들어오세요.”

  그러다가도 이내 정신이 들었는지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에 현관문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고 쾌적한 내부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으며 집 안을 둘러보았다.

  “집 좋네. 이런 곳 비싸지 않아?”

  “예? 아, 네 비싸긴 합니다. 사실 이 집 원래 부모님께서 사셨던 곳이거든요.”

  “아 그렇구나.”

  물어보고 난 뒤에야 이런 건 물어보는 건 실롄가 싶어 아차 했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에 비해 오이카와의 후배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여기가 욕실이랑 화장실이구요. 바로 앞은 방이 넓어서 창고로 쓰고 있어요.”

  집 안 곳곳을 탐험하듯이 돌아다니며 친절하게도 설명을 해 주는 오이카와 후배 덕에, 먼저 연락은 했었지만 썩 끌리지만은 않았던 룸메이트라는 것이 꽤 괜찮을 거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 상대가 아예 모르는 상대가 아닌 구면이니까.

  “어떻게… 집 괜찮으세요?”

  “그럼 괜찮고 말고, 너만 허락해 준다면 이번 주 안으로 들어와도 될까?”

  “예? 아, 그럼요 괜찮습니다!”

  내가 선배라고 생각되서 그런 걸까. 각이 잡힌 채로 대답하는 모습이 좀 귀여운 거 같기도 하다. 이후 집세라든가 기타 등등 앞으로 같이 살아야 되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곤 내일부터 짐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히 밖으로 나섰다.

  “아 맞아. 그러고보니 너 내 이름 모르지?”

  “아 네. 물어볼까 말까 했습니다.”

  “그래? 마츠카와 잇세이. 성으로 부르든 이름으로 부르든 네 편한대로 해.”

  “아 네. 저 제 이름은……”

  카게야마 토비옵니다. 맞다, 이 녀석 토비오라는 이름이었지. 항상 오이카와 녀석이 토비오쨩, 토비오쨩 거려서 성은 모르고 이름만 간간히 기억했는데 듣고나니까 이제서야 제대로 기억이 났다. 성은 카게야마였구나. 

  “그래, 그럼 이번 주 안에 이삿짐 보낼게.”

  “네! 그럼 조심히 가세요 마츠카와 씨.”

  본래 윗사람에겐 예의가 바르다는게 딱 보이듯 내가 나갈 때도 꾸벅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런 카게야마의 동그랗고 검은 머리통을 내려다보곤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마츠카와 씨라……”

  영 연이 닿지 않을 거 같던 사람에게 불리는 이름이란 언제나 새로운 거 같다. 그래, 카게야마 토비오. 이제는 오이카와의 후배, 카라스노 세터가 아닌, 앞으로 나의 룸메이트인 카게야마 토비오.

  “아 여보세요? 제가 이사를 가려는데 혹시 이번 주 주말에…”

  앞으로의 일상이 좀 재밌어질 거 같기도 하고.

 


  [아침] - 1

  

  ―影山 飛雄

  삐빅, 삐빅, 삐빅. 설정 해 놓은 알람 소리가 제 시간에 맞춰 울리며 귓가를 괴롭혔다. 이불을 뒤척이며 베게 옆에서 대충 뒹굴고 있던 핸드폰을 꺼내 알람을 끄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아 몸이 왜이렇게 뻐근한 거지.

  “아 맞다.”

  마츠카와 씨가 들어오셨었지. 한 쪽 벽 한 가득 아직 정리하지 못 한 상자들을 발견하고나서야 어제 저녁 때까지 짐을 옮겼던 것을 떠올렸다. 오늘이 주말이니 최대한 빨리 정리 해야겠다는 생각을하며 거실로 나가자 어쩐지 조용한 듯해서 나도 모르게 마츠카와 씨를 찾고 있었다. 아침부터 어디 나가셨나?

  “어 일어났네.”

  “아 마츠카와 씨 여기 계셨…”

  군…요……. 멍하니 거실에 서 있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막 씻고 나온 듯 반라에 물기어린 마츠카와 씨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서 계셨다. 갑작스러워서 그런 걸까 나도 모르게 마츠카와 씨의 몸을 눈으로 쭉 훑어보고선 뒤늦게야 급하게 시선을 피했다.

  “아… 씨, 씻고 나오셨군요…”

  “응. 어제 짐 정리하고 너무 피곤해서 씻지도 않고 잤더니 찝찝해서 일찍 깨버렸어. 아 욕실에 있는 것들 좀 썼어.”

  “아 편하게 쓰세요! 이제 아침 드셔야죠.”

  중, 고등학교 부활동 때 팀 메이트들과 함께 옷 갈아입을 때엔 이런 건 단 하나도 부끄럽다거나 그런 걸 몰랐는데 어째서 새삼스레 다 부끄러워하는 건지 얼굴이 빨개지진 않았을까 생각하며 아침을 먹어야하지 않느냐는 핑계를 대며 부엌으로 향했다. 어차피 아침은 챙겨야 했으니까.

  “……”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냉장고는 왜 텅텅 비어있는 걸까. 그나마 있던 즉석 식품 마저도 유통기한이 지나버렸다. 하기야 요즘 동아리 때문에 바빠서 집에 들어오는 일이 없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이젠 마츠카와 씨도 계시니까 장은 봐야겠네.

  “저기 마츠카와 씨.”

  “응 왜?”

  “아 깜짝아!”

  언제 와 계셨던 건지 냉장고를 살피고 있던 내 뒤로 마츠카와 씨의 목소리가 귓가로 나지막히 들려와서 손에 들려있던 즉석 식품 마저도 손에서 떨구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갑자기 뒤에 계시면 당연히… 것보다 옷은 안 입으십니까…….”

  “아 옷을 아직 안 꺼내놔서.”

  “아 그러네요…” 

  근데 냉장고에 먹을게 하나도 없네? 마츠카와 씨의 말에 냉장고 문을 닫으며 아무래도 장을 봐야할 거 같다고 대답하니 마츠카와 씨가 곰곰히 무슨 생각을 하는 듯 머리칼을 말리던 손길을 멈추곤 부엌 테이블 위로 몸을 기대었다.

  “같이 장이나 보러 갈까 카게야마.”

  “예? 뭐… 전 상관없습니다.”

  “그래 좋아. 그럼 나 옷 찾는대로 나가자.”

  “벌써요? 저녁에 천천히 나가도 상관 없습니다.”

  “배고프잖아.”

  아, 네…. 그렇게 말한 마츠카와 씨는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멍하게 그런 마츠카와 씨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곤 급하게 욕실로 향했다.

 


  [아침] - 2


  마츠카와 씨와 함께 살게된 지 벌써 2주나 지나버린 현재 오늘 아침도 바쁘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내가 대학을 갈 수 있을런지 엄청이나 고민을 했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나니 흔히들 말하는 캠퍼스 로맨스 같은 건 단 한 개도 없고 눈 붙일 틈도 없이 바빴다. 오늘도 평범하게 옷을 갈아입고 슬슬 외출을 하러 거실로 나오자 정장 차림에서 이제 막 와이셔츠 단추를 잠그고 있던 마츠카와 씨가 있었다.

  “마츠카와 씨 일찍 깨셨네요. 근데 오늘은 왜 정장 차림이세요?”

  “아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그래서 말인데 카게야마 혹시 넥타이 맬 줄 알아?”

  “넥타이요?”

  응, 정장을 잘 안 입어봐서. 그렇게 말하셔봤자 저도 정장을 잘 입는 편은 아니여서요….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하고 생각하던 것도 잠시, 아주 예전에 집 안 행사로 인해 정장을 한 번 입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날 어머니께서 알려주셨던 넥타이를 매는 방법이 떠올랐다.

  “잠깐 이리 와 보세요.”

  못 매고 가는 것보단 나으니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해서 마츠카와 씨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나에게 넥타이를 건네준다. 와이셔츠에 깃을 세우고 건네받은 넥타이를 마츠카와 씨의 목에 두르자 나보다 한 7센치 정도는 키가 더 크신 마츠카와 씨가 살짝 상체를 기울이곤 나에게 다가왔다.

  “이 구멍에 이걸…”

  “카게야마 의외네 이런 것도 다 알고 말이야.”

  “아 예전에 어머니께 배운 적이 있어서요. 넥타이 안 매시고 가는 것보단 낫잖아요.”

  자 다 됐습니다. 다행이도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이 맞았던지 넥타이는 잘 묶여졌다. 넥타이를 묶어주다 살짝 구겨진 와이셔츠에 주름을 펴 드리곤 마츠카와 씨를 마주보자 나도 모르는 새 가까워진 거리에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 순간 바닥에 있던 카펫으로 인해 발이 미끄러져 뒤로 주저 앉을 뻔한 것을 마츠카와 씨가 허리께에 손을 받쳐 주어 넘어질 뻔한 것을 면했다.

  “조심해. 여기 미끄럽더라.”

  그 덕에 이상한 자세가 되어버려 민망한 상황이 돼버렸지만 말이다. 다시금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에 마츠카와 씨의 팔뚝을 붙잡곤 다시 중심을 잡아 섰다.

  “…감사합니다.”

  “아니 뭘, 것보다 시간 다 된 거 같은데 출발 안 해도 돼?”

  마츠카와 씨의 말에 벽에 걸려있던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덧 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기겁을 하며 바닥에 내려두었던 가방을 들고 서둘러 인사하며 나가자 어째선지 뒤에서 마츠카와 씨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술주정]


  ―松川一静

  이 집에서 산 지도 벌써 한 달 가량이 지난 지금 아무래도 직장을 다니는 나는 카게야마보다 하는 일이 많기에 밤늦게 들어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로 밤 10시가 지나서야 집 안으로 들어서자 항상 밝게 불이 켜져있던 집 안이 고요하고 어둑어둑하다.

  “카게야마?”

  조심스레 카게야마를 부르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거실로 가 불을 키자 예상했던대로 카게야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벌써 자나 싶어 카게야마의 방에도 들어가 보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 안이었다. 카게야마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도 다 있다니, 연락이 와 있나 싶어 핸드폰을 들여다보아도 최근 통화한 이력엔 카게야마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나름 룸메이트라고 걱정은 되서 옷도 채 못 갈아입고 거실에 앉아 발만 동동거렸다. 그러다가도 너무 과한가싶다 생각되서 안심하려다가도 요즘 세상은 남자도 위험한 세상이었다. 다시금 한숨이 폭 쉬어나왔다.

  “오이카와한테 전화를 해 볼까…”

  그 녀석이라면 카게야마 주변에 친구들 정도야 한 명쯤은 알 거라 생각하는데.

  삐리릭, 삑, 삑―

  정말로 오이카와한테 전화를 해 볼까 하고 생각 중이었다. 그러던 중 익숙한 전자음 소리가 들려오고 현관문이 덜컥, 하고 열렸다. 곧바로 현관문 쪽으로 달려가자 술 내음이 진득하게 풍겨오며 카게야마가 쓰러지듯이 현관문 앞에 주저앉았다.

  “어이고 잔뜩 마시고 왔구만.”

  “마츄카와 씨이……”

  얼레, 애교까지 다 부리고? 그러고보니 예전에 술에 약하다고 얘기했었지. 그래도 취한 모습은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약한지 가늠이 안 됐었는데 이 정도였다니,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진탕 마신 놈도 참 대단하다. 술 내기라도 한 건가.

  “하긴 고등학교 때부터 승부욕 하나는 대단해 보였으니까… 윽, 깜짝아.”

  “마츄카와 씨이, 벌써 오네여?”

  벌써 왔냐는 건가. 술에 취해 혀는 꼬일대로 꼬여버린 주제에 말은 하겠다고 입을 오물오물 거리는 것이 나름 귀엽기도 하다. 그래도 네가 180이 넘는 성인 남자라는 걸 잊지 말아주라 카게야마, 이렇게 매달리는 건 내 아무리 덩치가 있어도 꽤 무겁거든?

  “네네, 마츠카와 씨는 원래 이 시간에 들어왔답니다 카게야마 군. 이제 얼른 씻고 방 안으로 들어가야죠?”

  “으응, 네… 씻는 거 시러…”

  아 정말 무겁네. 먼저 옷이라도 갈아입히자 싶어서 우선 소파 위로 내던지듯이 눕혀놓긴 했지만 이렇게 축 늘어져 있는 놈의 옷을 어떻게 갈아입힐 지 벌써부터 막막했다. 우선 가방부터 내리고 쉽게 벗길 수 있는 양말과 겉 옷부터 벗기자 불행 중 다행인 건지 안에는 가볍게 입었던 터라 금방 갈아입힐 수 있을 거 같았다.

  “더워…”

  “그래 그래, 이제 옷 갈아입혀 줄테니까 우선 벗자.”

  선뜻 덥다며 제 손으로 상의를 걷는 카게야마의 그것을 보태 옆에서 도와주며 상의부터 벗기자 쑥 잘 벗는 것이 덥긴 엄청나게 더웠던 모양이다. 하기야 술을 이만큼이나 마셨으니 안 더운게 이상한 거였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답답할까 바지 버클도 죽 내려주니 아까 전만해도 몸부림치던 것이 줄어들었다.

  “……마, 마츠카와 씨.”

  왜 몸부림이 줄어들었나 싶더니 아무래도 술에 깬 모양이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카게야마를 바라보자 어째선지 두 얼굴을 감싸며 웅얼거리고 있었다. 왜 저러고있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것도 잠시, 차마 가리지 못 하고 귀 끝까지 빨개진 것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에 설마, 했다.

  “카게야마.”

  “……”

  “혹시 부끄러워?”

  정곡을 찔렀는지 움찔한다. 아 정말, 보면 볼 수록 귀엽잖아…….

  “뭐가 그렇게 부끄럽다고 얼굴을 가리고 있어. 나 봐봐.”

  “아, 아… 아니, 마츠카와 씨 그러니까……”

  억지로 손을 끌어내리니 버티기를 몇 분 결국 내 힘에는 못 이기고 쓱 손을 내리더니 내 시선을 피한다고 이리저리 눈알을 굴린다. 그래봤자 이미 볼 거 다 봤는데 뭘. 

  “물이라도 줄까?”

  “저기, 마츠카와 씨 혹시 제가 무슨 짓 했습니까…?”

  물이라도 떠 줄까 싶어 몸을 일으키려하자 내 옷깃을 잡고선 물어보는 카게야마의 장난끼가 가득히 들면서 카게야마가 누워있는 바로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응, 들어오자마자 매달려선 그렇게 달라붙던데? 간신히 떼어내서 눕힌 거야 너.”

  “……”

  “거기다가 얼마나 내 몸을 만져대던지, 키스까지 하려고 했었어. 혹시 카게야마 술버릇이 남한테 키스하는 거야?”

  이거 남들이 보면 진짠줄 알 정도겠다. 내가 연기를 너무 잘 해서 말이야, 다시금 카게야마를 바라보니 이제는 소파 에 얼굴을 파묻곤 부끄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왜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괴롭히는지 그 맛을 잘 알 것만 같다.

  “마츠카와 씨…….”

  “왜요, 카게야마 군.”

  “…제, 제 술버릇이 그런 건 줄 전혀 몰랐어요… 진짜, 정말…”

  죄송합니다…. 아 이 녀석은 바보인 건지 순진한 건지. 내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선 입을 오물 오물거리며 웅얼거리는 모습이 안 귀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거다.

  “저기 카게야마.”

  “예?”

  “술 취한 척 하고 키스 할래?”

  “예…?”

  뭐 네가 싫다고 해도 어차피 할 거지만, 내 물음에 그저 어버버 거리기만하던 카게야마의 모습에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내가 먼저 카게야마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말았다. 당황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이 퍽 귀여워서 카게야마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가둬놓곤 천천히 진득하게 입술을 포갰다. 이 녀석 술을 먹어서 그런 건가 어쩐지 다른 사람보다 부드러운 듯한 느낌에 나도 모르는 사이 본능적으로 카게야마를 더 몰아붙였다. 혀를 옭아매며 안 쪽에 말랑하고 여린 살을 건들여보기도 하고 치열을 쓱 훑어보기도하며 여러가지 방법으로 입 안을 자극하자 카게야마의 손은 어디로 향할지 모르고 방황했다. 그러는 카게야마의 손목을 콱 잡아 뒤로 다시 눕히자 그러는 사이 떨어진 입술 사이로 타액이 흘러내렸다. 

  “아.”

  “마, 마츠카와 씨… 저……”

  젠장. 울먹거리는 듯한 모습에 이거 큰 일은 저지른 듯 해서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어쩌다보니 맞닿아 있는 다리 사이로는 불끈한 것이 서로 맞닿아 자신들의 존재를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난 모르겠다 카게야마.”

  “예…? 아! 잠시만…!”

  미처 벗기지 못 하고 버클만 풀러내렸던 카게야마의 바지도 마저 쑥 내렸다. 당황하며 다리를 오무리는 모습에 그 다리 사이로 몸을 파고들며 답답하게 목을 죄여오던 넥타이를 풀러내렸다.

  “응 그래, 카게야마. 착하지?”

 

         

 

 


  커튼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이 눈가를 따갑게 만든다. 이불로 시야를 가리던 것도 잠시 이미 잠이 다 깨버린 탓에 금방 이불을 걷어버리고 말았다. 상체만 일으켜 침대 헤더에 몸을 기대니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이 들어서 기분 좋게 웃어버렸다.

  “……”

  “일어났어?”

  그런 여유를 즐기고 있던 차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옆을 내려다보니 이불 속에서 빼꼼 얼굴만 내밀고선 나를 바라보고 있던 작은 머리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몇 분간 시선을 마주하던 것도 잠시 어젯 밤 격렬했다면 격렬했던 것이 떠오른 듯 쏙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 모습에 나지막히 웃어보이자 다시금 이불 속에서 나온 카게야마는 나를 빤하게 쳐다본다.

  “…마츠카와 씨는 안 부끄러우세요?”

  “부끄러울게 뭐가 있어?”

  “……”

  “좋아서 한 건데 뭐.”

  아 또 빨개졌다. 귀여운 놈, 저렇게 쑥맥이여서 사람은 어떻게 사귀는 건지. 일으키고 있던 상체를 다시 낮게 눕히곤 달아오른 듯한 카게야마의 얼굴을 부드럽게 잡자 고양이 마냥 눈을 살며시 감는다. 살다 살다 남자가 예뻐보이기도 하는 날이 오다니.

  “카게야마 그거 알아?”

  “뭔데요?”

  “아침에 그거 하는게 건강에 좋다는 거.”

  “……”

  사실 그냥 내가 못 참을 거 같아서 말이야. 이불을 밑으로 끌어내리곤 카게야마를 잡아 끌어 내 위로 올라타게 만들었다. 내 손길대로 움직이는 꼴이 이번엔 마냥 강아지 같아서 좀 긴 듯한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그 손길을 그대로 카게야마의 허리께로 옮기곤 단단히 붙잡았다.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그치? 카게야마.

 


  

  -fin.